판매순위
|
|
하인스 워드의 '8마일'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곳. 한반도가 아니라 미국에 이런 데가 있다. 지난 일요일 수퍼보울이 열렸던 디트로이트.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쪽은 백인 공화국 남쪽은 흑인 공화국으로 갈라져 있다. 길 이름은 '8 마일'(Eight Mile Road)이다. 이 도로가 생겨난 건 1970년대 초. 당시 디트로이트 시장이 '8 마일'이란 상징적인 이름으로 고쳤다. 피부색깔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였다. 이때부터 '8 마일'은 미국에서 인종차별의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8 마일'이 다시 뜨게 된 건 마셜 메이더스 때문이다. 그가 누군지 알고 있는 한인들은 드물겠지만 '에미넴'(Eminem) 하면 아마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이 시대 최고의 '백인' 랩 가수다. 데뷔 이후 팔린 음반은 무려 5000만 장. 그의 인기를 가늠해볼만 한 대목이다. 에미넴은 원래 '8 마일' 남쪽 곧 흑인 공화국 출신이다. 북쪽에선 흑인들과 어울린다며 왕따 남쪽에선 '백인 쓰레기'(White Trash) 취급을 받았다. 어줍잖게 백인이 흑인 흉내를 내다니…. 한번은 흑인 친구들 한테 심하게 얻어 맞아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9학년이 될 무렵엔 학교를 때려 치웠다. 팔뚝에 문신을 잔뜩 새겨 넣고는 흑인동네 나이트 클럽에서 랩을 불렀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자신의 가슴 속엔 '검은 피'가 흐른다고 말한다. 에미넴이라고 흑인동네에서 살고 싶어 산 건 아니었다. 아버지는 두살 때 집을 나가 버려 지금도 누구인지 모른다. 그러니 '8 마일' 북쪽의 백인 동네엔 살 엄두를 못냈다. 아파트 렌트비를 낼 돈 조차 없어 트레일러에서 살기까지한 에미넴. 게다가 엄마는 우울증이 심한 나머지 약물을 남용 툭하면 경찰에 끌려갔다. 그래서인지 에미넴의 노래엔 분노와 좌절 그리고 삶에 대한 증오가 욕설로 툭툭 튀어 나온다. "빌어먹을 세상 아빠란 X는 우릴 팽개치고. 엄마라도 제대로 해야 할 게 아닌가. 마약에 취해 이 남자 저 남자와…." 자신의 출생에 대해 거침없이 저주를 퍼붓는다. '백인 쓰레기' 에미넴의 한맺힌 절규. 따지고 보면 흑인들의 밑바닥 인생이나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이제는 '8 마일'의 남과 북을 함께 아우르는 수퍼스타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3년 전엔 그의 자전적인 영화가 나왔다. 타이틀도 길 이름을 따 '8 마일'이다. 영화가 히트하자 '8 마일'이란 상징어가 다시 회자된 것. 자신의 의지 하나로 '8 마일'의 벽을 뚫은 에미넴. 하지만 풋볼 영웅 하인스 워드가 어릴 적 겪은 벽은 8 마일의 곱절은 되고도 남는다. 흑인들 한테는 동양계의 황색 피가 진하게 흐른다며 '하이 옐로'(High Yellow)로 따돌림 당하고 한인사회에선 혼혈이라고 받아주지 않으니…. 어쩌면 일곱 살 나이에 한국인 엄마가 부끄러웠던 게 당연했을 것이다. 워드의 성장 환경은 에미넴과 닮은 꼴이지만 다른 점은 엄마의 존재였다. 하루 16시간 일하며 뒷바라지 해 아들을 결국 수퍼보울의 MVP로 키운 게 아닌가. 엄마의 희생이 워드의 가슴 속에서 '8 마일'의 증오심을 밀어냈다고나 할까. 스포츠에서도 '한류'가 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류가 따뜻한 '난류'가 돼 '8 마일'로 응어리 진 미국인들의 가슴을 녹여주었으면 좋겠다. 박용필 논설실장 |
| 
|
장바구니(
보관함(
오늘본상품(
전체상품목록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