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선인장의 나라 멕시코는 고대부터 마야, 아즈텍, 자포텍 등의 화려한 문화를 꽃피워오다가 중간에 1521년부터 300년간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이때 토착의 인디오 문화에 스페인의 문화가 융합하여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냈으며, 국민의 반 정도가 멕시코 인디오와 스페인인의 혼혈인 메스티조입니다. 국민성은 정열적이면서도 낙천적이며, 선조가 동양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동양인들에게 상당히 호의적이기도해요.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의 9배로 세계13위이며, 국민의 90%가 카톨릭교도인 것도 특이하지요. 멕시코 요리는 90년대 초 국내에 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이 들어오면서 국내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매콤한 맛이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맞아 즐겨찾는 외식메뉴가 되고 있어요.

멕시코 요리의 3대 재료는 옥수수와 콩, 수십가지의 고추입니다. 옥수수는 고대 마야인들이 자신들이 옥수수에서 생겨났다고 믿었을 정도로 기본적이고 역사가 오래된 작물이에요. 그냥 구워서 먹기도 하지만, 물에 불린 후에 으깨서 얇고 넙적하게 편 다음 구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또르띠야를 만듭니다. 집에서 주부들이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또르띠야만 구워서 파는 가게에서 사다 먹는데, 오후가 되면 또르띠야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것을 볼 수 있어요. 또르띠야는 멕시코인의 주식으로 이 위에 다진 고기와 야채를 얹고 소스를 얹어 먹는데, 이것을 타코라고 해요. 또르띠야의 응용범위는 상당히 넓어서 수많은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몇 가지만 열거하자면, 또르띠야를 그대로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후 팥이나 구아카몰 소스를 바르고, 여러 가지 볶은 야채와 문어, 쇠고기 등을 얹어 먹는 것을 토스타다, 또르띠야 사이에 닭고기와 살사소스, 치즈 등을 넣고 오믈렛처럼 반 접은 것을 엔칠라다, 또르띠야 사이에 치즈, 소시지, 감자, 콩, 호박을 넣고 반달모양으로 접은 후 구운 것을 꿰사디야라고 한답니다.

또르띠야 요리에 빠지지 않는 매콤한 살사 소스, 살사는 스페인어로 '소스'라는 뜻이며, 멕시칸 살사 소스는 잘게 썬 토마토에 양파, 고추에 실란트로, 오레가노 등 향신료를 넣고 만듭니다. 또한 멕시코인들이 좋아하는 과일인 아보카도를 갈아서 만드는 녹색의 과카몰 소스도 빠지지 않고 들어간답니다. 여기에 생크림(또는 사우어 크림)이 추가되기도 해요. 많이 사용하는 향신료로는 베트남처럼 실란트로가 있어요.

멕시코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고추를 좋아하는데, 그 가짓수가 무려 60여 가지나 된답니다. 용도도 고추가루를 내는 것에서 고추피클을 만드는 것 등 맛과 향도 다양해요. 세계3대 매운 요리라고 하면 우리나라, 태국과 멕시코를 꼽는다고요. 대부분의 요리에 들어가는데, 심지어는 구운 옥수수에도 뿌려먹는 답니다.

이외 많이 사용하는 재료로는 토마토, 라임(레몬과 비슷하나 약간 작고, 연두색) 등이 있으며, 자연에서 나는 많은 재료를 최대한 이용한답니다. 예를 들어 놋빨이라는 요리는 멕시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바닥만한 둥근 선인장의 가시를 모두 긁어내고 껍질을 벗긴 후, 양파 등과 함께 볶아먹는 것이며, 타말은 또르띠야에 고기, 야채 등 여러 가지 소를 넣고 모양을 만든 후, 옥수수잎에 싸서 쪄내는 요리입니다.

고유의 요리로 삶은 닭고기나 칠면조 위에 달콤한 소스를 얹어 내는 몰레라는 것이 있어요. 이 음식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는데, 옛날 시골의 작은 수녀원에 추기경이 방문을 하게 되었답니다. 작은 수녀원인지라 특별히 대접할 음식이 없었는데, 궁리하다가 부엌에 있는 온갖 재료를 모두 넣고 갈아서 소스를 만든 후, 닭고기 위에 얹어서 내었어요. 그런데 의외로 맛이 좋아서 추기경이 요리의 이름을 묻자, 몰레(mole : 스페인어로 '갈다')라고 대답한데에서 이름이 정해져 버렸답니다.

또 멕시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테킬라입니다. 알콜도수가 38-40도로 독한 테킬라는 사막에서 나는 식물인 용설란의 줄기즙을 발효시켜서 만드는데, 마시는 방법이 특이해서 많이 알려져 있어요. 소금과 라임이 필요한데, 소금은 잔의 입부분에 묻혀서 마신 다음, 라임을 물고 즙을 빨아들입니다. 이것은 짠맛과 신맛과 테킬라의 쓴맛을 중화시킨다거나, 또는 소금이 염분을, 라임이 비타민 씨를 보충한다는 민간요법에서 내려온 것일 수도 있겠어요. 그리고 유명한 멕시코산 맥주 코로나, 역시 라임을 병 안에 빠뜨린 후, 새콤함으로 마시는 맥주이다. 그리고 멕시코가 원산인 칵테일 마르가리타는 테킬라에 라임즙을 넣고 만든 칵테일. 따르기 전에 잔의 입 부분을 라임주스에 담근 후 굵은 소금을 묻힌다. 한 여성의 이름에서 딴 것으로 1920년대 경 어떤 바텐더가 연인인 멕시코인 마르가리타와 사냥여행을 갔는데, 그녀가 다른 사람이 쏜 총알에 맞아 죽고 말았어요. 상심한 이 바텐더가 나중에 자신이 만든 칵테일에 연인의 이름을 붙였답니다.

* 본 외국요리 이야기 시리즈는 매일경제신문의 주간지 '시티라이프'에 연재(글과 사진 : 오리오넷)된 것으로 시티라이프 사이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