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볼리비아의 유로 계곡 전투에서 총상을 입고 체포되어 다음날 볼리비아군에 의하여 처형된 체 게바라는 피델 카스트로와는 평생 혁명동지였으며 쿠바 국민의 영원한 친구로 남아있다.
미국에서는 체 케바라를 1960년대의 반항적 혁명아로 보고있는반면, 유럽의 젊은 친구들에게는 대중적 팝스타로의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
게바라는 별 계급장이 달린 베레모를 쓰고 수염을 기른 청년 패션 모델로서 유럽의 젊은이들에게 다가가고 있으며, 단지 쿠바만이 그를 희망과 신념의 상징으로 추앙하고 있을뿐이다.
체 게바라가 대중에게 유행의 대상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오늘날 서구의 일상적인 삶의 현실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그의 삶의 역정일 것이다.
"사랑하는 부모님께, 나는 다시 로시난테에 몸을 싣고 무기와 방패를 들고 여행을 떠납니다...." 로 시작하는, 게바라가 부모에게 보낸 편지에서 보듯이 그는 현대에서 돈키호테의 꿈을 실현하고 있는 인물인 것이다. 그는 21세기 초반의 서구인에게 낭만주의적 꿈을 실현시켜주는 완벽한 대리인이며, 서구인들에게 마지막 르네상스적 인물로 기억되고있다.
1928년 아르헨티나에서 토목기사인 에르네스토 게바라 린치를 아버지로, 나중에 "체"라고 불리게 될 에르네스또 게바라가 태어났다. "체"는 게바라의 애칭으로서 아르헨티나인들이 말을 시작할때나 강조할때 쓰이는 일종의 감탄사이며 , 또 상대를 친근하게 부를때 쓰이는 일종의 호칭이기도 하다.
게바라는 두 살때 폐렴을 앓았는데 그것이 천식으로 발전되어 평생 그 천식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아마 자신의 천식 때문이었을지도 모를 이유로 그는 부에노스아이래스 의과대학에 입학하여 졸업후 잠시 의사로 일을 한다,
1951년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로 일을 시작하기 전 게바라는 친구인 알베르또와 함께 낡은 모터사이클 한대로 수개월에 걸친 중남미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동안 중남미인들의 가난과 고통을 목격한 게바라는 그들과 고통을 같이하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줄 길을 모색하게 되며, 그 경험은 게바라가 게릴라의 길을 가도록 결심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의사이며 작가, 언론인, 사진사로 또 시인의 소양도 가지고 있었던 게바라는 쿠바혁명을 통해 게릴라, 군 사령관, 국립은행 총재, 장관과 대사직까지 경험하는 다양한 삶을 살게된다.

1955년 혁명 현장을 찾아다니던 체게바라는 멕시코에서 피델 카스트로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그때부터 의기투합한 둘은 상관과 부하로서 또 같은 이념을 실현하려는 혁명동지로서 같은 길을 걷게된다.
쿠바혁명 후 경제분야를 담당하게된 게바라는 경제문제와 관련하여 인간이 물질 즉, 화폐로부터 자유로울수 있는 경제정책을 꿈꾸었다. 그의 이론은 현실적으로 경제정책을 실현하는데 있어 대내외적인 마찰을 불러일으킬수 밖에 없었고, 계획된 정책들은 만족할만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경제 대상국이었던 소련의 비판에 부딪친 게바라는 피델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결심하고 그에게 작별의 편지를 남긴다.
1963년 4월 게바라는 카스트로에게 작별의 편지를 남긴체 아프리카의 콩고로 게릴라전을 수행하기 위하여 조용히 쿠바를 떠난다.
"피델, 나는 지금 많은 것을 회고하고 있습니다. 마리아집에서 처음 당신을 만났던 시간, 나에게 쿠바침공에 동행하자고 제의했던일, 준비과정에서의 긴장등 말입니다. 나는 쿠바혁명에서 나의 의무를 완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나는 당에서의 직위, 장광직, 사령관직, 쿠바시민권, 이 모든것에서 공식적으로 사직하고져합니다. 나는 새로운 전쟁에서도 당신이 세뇌시켜준 신념, 민중의 혁명정신, 제국주의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투쟁한다는 가장 성스러운 의무를 갖고 있을 것입니다. 쿠바혁명에서 분출하는 의무감을 제외한 모든짐으로부터 나는 쿠바를 자유롭게 하고자 함을 다시 밝힙니다. 어느하늘 아래서 나의 최후를 맞이할 때라도 나는 끝까지 이 민중과 특히 당신을 생각할 것입니다."
9개월간의 콩고 체류중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게바라는 1966년 중남미 혁명을 목표로 변장한체 볼리비아로 잠입한다. 당시 볼리비아는 군사정부가 집권하고 있었으며, 게바라는 볼리비아 공산당 지도자인 몽혜와 연합하여 중남미에 새로운 사회주의 혁명을 계획하고 있었다. 볼리비아의 산악지대에서 1년간 게릴라 거점을 확보하면서 투쟁해 나가는 과정은 나중에 유품으로 발견된 그의 "볼리비아 일기" 에 생생히 기록되어있다.
볼리비아 공산당의 배반과 쿠바의 지원 약화로 어려움에 처한 게바라늬 혁명투쟁의 결정적인 실패원인은 농민들의 비 협조였다.

여러 가지 악조건으로 게릴라 대원들의 사기는 저하되고 식량이 부족하여 체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가운데 게바라는 실패를 예감하게된다.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게바라의 예상을 뒤엎고 상황을 가장 악화시킨 요인은 게릴라에대한 농민들의 적대적인 태도였다. 쿠바혁명이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게릴라군이 근거지로 삼고 있었던 산악지대 농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였다.
그러나 볼리비아에서의 상황은 게바라가 쿠바에서 경험했던 바와는 달리, 게릴라전에 필요한 물품은 반드시 농민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였고 전혀 위협적이거나 적대적인 태도로 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볼리비아의 농민들은 게릴라들에게 비협조적이었고 정부군에게 게릴라의 정보를 제공하는 등 완전히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게릴라전에서 가장 우군인 농민들이 등을 돌린 것이 볼리비아 혁명투쟁의 실패 요인이 된것이었다. 1967년 좁혀오는 정부군의 포위속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게바라는 다리에 총상을 입고 다음날 처형되어 그의 일기와 잘려진 두 손이 쿠바로 보내짐으로써 카스트로는 그의 죽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그의 나이 39세였다.
카스트로는 혁명가였으나 정치적인 야심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고, 게바라는 정치가, 행정가보다는 영원한 혁명가이기를 원하였다.
회피하고 싶지만 피할수 없는, 옥죄어 오는 죽음앞에서의 몸부림이 아니라 불가능 앞에서 온몸을 던져 자신의 이념을 관철시키려 노력한 게바라는 자신의 죽음을 통하여 순교자적 삶을 성취시키고 있다. 이것이 바로 게바라가 변화하는 시대속에서도 끊임없이 대중에게 다가올수 있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가 시작되었다. 그들이 주창햇던 사회주의 국가건설은 노동자의 주체를 인정하기보다는, 그것을 제도화한 당이 모든 권력을 독점한 것이었다. 게바라가 끊임없이 주장햇던 개인 주체의 의식개발과 민중의 직접참여라는 것이 그들에게는 부재했던 것이다. 30여년이 흐른지금, 우리는 사회주의 붕괴와 화석화된 쿠바혁명 앞에서 게바라의 이론과 주장이 어쩌면 더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물음에 마주하게된다.
게바라는 만연하여 있는 자본주의 문화의 통속상을 끊임없는 의식의 개혁을 통하여 거부해야 함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신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