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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대륙의 지도를 보면 북중미 대륙과 중남미 대륙을 잇는 가느다란 띠 같은 땅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파나마이고,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가 있는 곳이다. 원래는 북·중남미가 한 대륙이었는데 파나마 운하로 인하여 중간이 잘린 것이다.
본래 파나마는 독립국가가 아니고 바로 아래에 붙어 있는 콜롬비아의 영토였다.
파나마의 면적은 남한보다 좀 작은 7만5,000평방킬로미터이고, 인구는 250만 정도밖에 되지 않는 소국으로, 사실 운하 빼면 아무 것도 볼 것이 없는 후진 나라다.
1878년 콜롬비아 정부는, 이집트의 수에즈운하를 개통시킨 프랑스의 레셉스회사와 운하 건설 계약을 맺었다. 운하의 길이는 80km 정도이고 폭은 10km의 규모였으나, 1889년 태평양쪽의 지형의 악조건과 열대 풍토병, 그리고 재정난 등이 겹쳐 운하건설 공사는 중단되었다.
당시 이 운하의 개통을 가장 기대하던 나라는 미국이었다. 멕시코와 전쟁을 일으켜 서부지역을 사그리 뺏고, 거기다 가만히 있는 스페인을 치고 받아 필리핀, 괌, 쿠바와 푸에르토리코까지 빼앗은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낀 광대한 영토를 확보한 시점에서, 양 대양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전략이 대단히 중요한 목전의 과제였다.
1898년 미서전쟁 때, 태평양에 있는 함대를 전선이 펼쳐진 카리브해의 Cuba까지 불러오는데 중남미 대륙의 맨 아래인 남극까지 돌아서 오는 바람에 운항기간이 자그마치 70여일이 걸리는 체험을 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함대가 도착해 보니 전쟁은 이미 다 끝나고 청소하는 일만 남은 한심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의 영토가 양안으로 대폭 확장된 후 처음 겪는 전쟁이었기 때문에 국토를 방위하는데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파나마 운하건설을 끝내면, 운하를 통과할 경우의 항해 일수는 단 15일이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와, 운하의 건설 중단은 미국을 몸살나게 했던 것이다.
몸이 단 미국은 콜롬비아 정부와 직접 협상에 나섰다. 양국의 정부가 이것저것 계산해서 대강 맞춘 다음 미국의 자본으로 운하 건설을 계속하고 콜롬비아에 일정액의 보상을 조건으로 하는 조약을 체결했는데, 콜롬비아의 상원이 비준을 거부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열 받은 미국은 파나마에서 준동하고 있는 분리 독립주의자들을 부추기고, 그들을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 즉, “야, 정부가 하나 새로 서면 먹고 살 수 있는 자리가 몇 개인 줄 아니? 자금에 대해서는 일체 신경 꺼! 그리고 콜롬비아 군대에 대해서도.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너희들은 소리나 질러!”
신이 난 분리 독립주의자들이 들고일어나 독립을 선언하자(사실 몇 명 되지도 않았지만), 깜짝 놀란 콜롬비아는 즉각 진압군을 실은 함대를 파견하였다.
당시는 그 지역에 육로도 개척되어 있지 않을 때였다.
기다리고 있던 미국의 함대는 콜롬비아 함대를 가로막아 진로를 저지하고, 파나마에 상륙을 시도할 경우 포격을 가하겠다고 심각한 위협으로 겁을 주자, 전력에서 밀린 콜롬비아 함대는 눈물을 머금고 빈손으로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서 미국은 독립선언을 한 파나마를 즉각, 물론 제일 먼저, 승인하고는 본격적인 운하 건설에 뛰어들게 된다. 당시 파나마 지역은 인구가 20만~30만명 밖에 안되고, 국토의 80% 이상이 미개척지이며, 국민 대다수가 문맹인, 나라라고 부르기에는 참으로 애로가 많은 나라였다.
하여간 운하 공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지는 바람에 근처의 흑인 도서국가의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하여 파나마의 인종 비율을 바꾸어버렸으며, 그래서 지금도 파나마에는 흑인이 그렇게 많은 것이다. 1904년 미국은 파나마를 독립시키면서 제정한 헌법에 “유사 시 파나마공화국의 질서 유지에 애로가 있다고 미국에 의해 판단되는 경우에는, 미국은 언제나 무력 사용을 통하여 질서를 유지할 책임이 있다”라는 희한한 문구를 집어넣어서, 파나마는 이후 수십년간 미국의 식민지 비슷한 경험을 갖게 된다.
결국 이러한 우여곡절을 격은 후인 1914년에 파나마운하는 역사적인 개통을 하게 되며 그제야 비로소 파나마의 전략적 지형이 각광을 받게 되고, 그에 따른 교역의 비약적인 증대로 파나마는 근대국가의 형태를 취하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1977년 파나마는 미국과 신운하조약을 체결하여, 2000년부터 독자적인 운하 운영권을 보장받았으며, 1983년 정권을 잡은 안토니오 노리에가 장군의 대규모 마약밀매를 눈여겨보고 있던 미국은 1989년 미군 병력을 파나마에 상륙시켜 노리에가를 체포, 이송하여 재판에 회부한다. 40년 형을 언도 받고, 10년쯤 살면 조건부 석방시켜 준다는 조건으로. 노리에가는 석방되었을 것이다.